[Ai 창작 소설] 그리니치 오차: 7분 먼저 기록된 죽음 - 20장 남은 질문

Ai/Chat GPT|2026. 3. 1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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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장

남은 질문

창고 안 공기는 문밖의 한마디로 완전히 달라졌다.

“질문이 남았다고 들었습니다.”

그 문장은 너무 정확했다.
우연히 고를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윤서의 음성 조각, 질문 잔류 카드, 그리고 이 창고에 쌓인 먼저 죽은 사람들의 기록이 모두 그 한 문장 안에 묶여 있었다.

민도혁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창고 문과 서진 사이를 한 번 보고, 바깥 발소리의 간격을 다시 들었다. 발소리는 둘. 더 많을 수도 있었지만 적어도 바로 앞에 선 건 둘이었다. 그리고 그 둘은 문을 부수거나 둘러싸지 않았다.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안쪽 누군가가 저 문장을 알아들을 거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처럼.

단휘는 아주 작게 말했다.
“열지 마.”

유란도 바로 동의했다.
“누군지 확인 먼저.”

문밖 목소리는 다시 재촉하지 않았다.
대신 몇 초 뒤, 다른 목소리 하나가 더 낮게 덧붙였다.

“은표의 질문도 아직 보관 중입니까.”

민도혁의 얼굴이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

서진은 그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 은표. 조금 전 “사망 선행” 카드에서 보았던 이름. 공식 20:16, 실제 20:23, 오차 7분, 관련자 기록 삭제. 그러니까 바깥에 선 사람은 이 창고와, 그 안의 구체적 기록 일부까지 알고 있다는 뜻이다.

민도혁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누구냐.”

문밖 대답은 짧았다.
“기록을 옮기던 쪽.”

유란이 바로 민도혁을 봤다.
그는 아주 짧게 고개를 기울였다.
거짓말 같진 않지만, 확인할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

단휘는 여전히 문 쪽 그림자에 기대 선 채 손을 풀었다.
“좋아. 그럼 더 묻자. 누구한테서 질문을 옮겼는데.”

이번엔 문밖 침묵이 조금 길었다.
그 뒤 돌아온 대답은 이상하게도 건조했다.

“살아남지 못한 쪽에게서.”

그 말은 서늘했다.

유란이 낮게 말했다.
“문은 내가 열게요. 완전히 말고, 틈만.”

민도혁이 막지 않았다.
단휘도 한 발 옆으로 물러섰다.
서진은 회중시계를 손안에 쥔 채 숨을 죽였다.

유란이 조심스럽게 문빗장을 풀고, 문을 손바닥 넓이만큼 열었다.

바깥엔 두 사람이 서 있었다.

한 명은 마흔 안팎으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검은 망토 같은 겉옷 위에 방수천을 걸쳤고, 머리는 짧게 잘려 있었다. 얼굴은 피곤했지만 눈빛은 흐리지 않았다. 다른 한 명은 훨씬 젊었다. 서진보다 많아야 두세 살 위. 마른 체구에 짙은 갈색 외투를 입고 있었고, 왼손엔 길고 납작한 금속 상자 하나를 들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공시청 제복은 아니었다.

그러나 완전히 민간인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특히 젊은 쪽은 자세가 너무 조용했다. 기록관이나 전달자처럼 보이면서도, 필요하면 바로 도망치거나 숨어 버릴 수 있는 사람의 몸이었다.

여성이 먼저 말했다.
“문틈으로도 충분할 줄 알았는데, 안쪽 얼굴이 낯서네요.”

민도혁이 앞으로 나섰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 여성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연모.”

이름만 말했다.

젊은 쪽도 낮게 덧붙였다.
“지헌.”

단휘가 작게 코웃음쳤다.
“이름 두 개만 말하면 다냐.”

연모는 그 말엔 반응하지 않고 민도혁을 봤다.
“여긴 본래 북동 창고 3이었죠. 내가 알던 관리인은 둘이었고, 둘 다 죽었어요. 당신은 그 뒤쪽 사람인가요.”

민도혁은 몇 초 동안 그녀를 살피더니 답했다.
“유지반 잔류였다.”

연모의 눈빛이 아주 조금 바뀌었다.
“그럼 대충 이해는 되겠네요.”

유란이 끼어들었다.
“당신들은 누구 편이죠.”

연모는 그 질문에 즉답하지 않았다.
대신 오히려 되물었다.

“지금도 편이 둘뿐이라고 생각합니까.”

그 대답은 피곤하게 들렸지만, 피하려는 말은 아니었다.

지헌이 들고 있던 금속 상자를 아주 천천히 바닥에 내려놓았다.
“우린 질문 잔류를 수습하는 쪽이었어요.”

서진이 그 말을 반복하듯 낮게 말했다.
“수습.”

지헌은 고개를 끄덕였다.
“죽은 뒤에 남은 질문들, 기록상으론 끝났는데 현실에선 끝나지 않은 것들. 가족이 붙잡고 있거나, 기준 밖 공동체로 흘러들어 오거나, 혹은…”
그는 창고 안쪽 카드 상자를 흘끗 봤다.
“여기처럼 따로 모아 두는 것들.”

유란이 물었다.
“공시청 소속이었어요?”

이번엔 연모가 대답했다.
“한때는. 정확히는 바깥 하청 같은 거였죠. 장부엔 잘 안 남는 일.”

민도혁이 아주 낮게 중얼거렸다.
“질문 수습반…”

연모는 그 말에 시선을 잠깐 주었다.
“우린 그 이름으로 부르진 않았어요. 다만 하는 일은 비슷했죠.”

창고 안 정적이 가라앉았다.

이 사람들은 공시청 바깥이면서도 안쪽을 아는 사람들이다.
기준 밖 공동체처럼 보이지 않지만, 공시청 정규 질서에도 속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질문이 남았다”는 말로 이 창고를 찾아올 정도면, 지금 2부가 본격적으로 다루려는 영역—먼저 죽은 사람들 뒤에 남는 질문들—과 직접 연결된 사람들이다.

단휘가 문 쪽으로 한 걸음 나섰다.
“좋아. 그럼 이제 핵심. 우릴 왜 찾아왔지.”

연모는 이번엔 서진을 똑바로 봤다.

“회중시계를 든 아이가 수로권 창고까지 들어왔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서진의 손이 미세하게 굳었다.

“누구한테서.”
유란이 물었다.

연모는 조금 웃는 듯했지만 전혀 따뜻하지 않았다.
“도해율이 모든 길을 다 막는 성격은 아니니까.”

그 이름이 나오자, 단휘의 표정이 즉시 험해졌다.
민도혁도 입술을 굳혔다.

지헌이 조용히 덧붙였다.
“그 사람이 직접 우리한테 알린 건 아니에요. 다만 그 사람이 길을 닫지 않은 곳은, 보통 누군가 오길 기다리는 곳이죠.”

서진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막사에서 느꼈던 불쾌감이 다시 떠올랐다.
도해율은 늘 직접적으로 밀지 않는다.
대신 길을 남겨 두고, 닫지 않고, 통과하게 둔다.
그리고 누가 그 길을 밟는지 본다.

유란이 차갑게 말했다.
“그래서 당신들은 기다리고 있었군요.”

연모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만 확인하려 했을 뿐이에요. 정말로 그 아이가 왔는지.”

단휘가 말했다.
“확인했으면 끝났지. 돌아가.”

연모는 이번엔 단휘를 봤다.
“끝이 아니에요. 이제부터가 시작이죠.”

그녀는 바닥의 금속 상자를 발끝으로 밀어 문 안쪽 가까이 보냈다.
“이 안엔 우리가 수습했던 질문들 중, 7분 오차와 직접 연결된 것만 따로 모은 복사본이 있어요.”

집 안 공기가 무거워졌다.

지헌이 덧붙였다.
“원본은 없어요. 다 소각됐거나, 다시 회수됐거나, 누가 먼저 죽였겠죠. 대신 남겨진 문장들과 증언, 현장 묘사, 반복된 표현들을 모았어요.”

유란의 눈빛이 변했다.
이건 그냥 도움이 아니라, 2부 전체의 핵심 추적선이 될 수 있는 자료다.

“왜 주죠.”
그녀가 물었다.

연모는 바로 대답했다.
“우린 더는 못 쫓아가니까.”

“무슨 뜻이죠.”

지헌이 낮게 말했다.
“우린 오래전부터 질문만 수습했어요. 질문이 어디서 생기는지 끝까지 쫓지는 못했고, 그럴수록 먼저 사라지는 쪽도 많았고.”

연모가 그 말을 이었다.
“근데 윤서는 달랐어요. 자기가 왜 쫓기는지도 알면서, 질문의 시작점을 보겠다고 했죠.”

“원점.”
서진이 낮게 말했다.

연모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리고 그 여자는 우리한테 이렇게 말했어요. ‘언젠가 내가 못 간 곳까지 갈 아이가 올 수도 있다’고.”

정적.

윤서는 정말로 이 이후까지 내다보고 있었다.
자신의 죽음, 혹은 실종 이후에도 누군가가 질문을 이어받을 가능성을.
그리고 그 대상이 서진일 수도 있다는 걸.

민도혁이 문밖 사람들을 오래 보다가 말했다.
“증거는.”

지헌이 바로 대답했다.
“상자 맨 위. 윤서 필체 확인본.”

유란이 문을 조금 더 열고 금속 상자를 안으로 끌어들였다. 잠금은 없었다. 뚜껑을 열자, 얇은 종이 묶음과 함께 첫 장이 드러났다.

정말로 윤서의 글씨였다.


“질문 수습반에게.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면, 언젠가 이 자료는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읽게 될 것이다.
그 사람이 서진이라면, 설명보다 반복을 먼저 보여 줘.
그 아이는 단일 사건보다 패턴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서진은 숨을 천천히 들이마셨다.

설명보다 반복을 먼저 보여 줘.
그건 지금까지 자신의 서사가 정확히 걸어온 방식과도 맞았다. 관측소, 설계실, 승인된 죽음, 목록, 지워진 역참, 사망 선행 카드들. 윤서는 끝까지 “하나의 진실”이 아니라 “반복되는 구조”를 먼저 보게 만들려 했다.

연모가 말했다.
“그러니까 우린 문서보다 사례를 먼저 가져왔어요.”

유란이 종이 묶음을 빠르게 넘겼다.
각 장마다 짧은 제목이 있었다.

  • “7분 오차 사례 1: 장례 전날의 질문”
  • “사례 4: 출생 직후 사망 처리 후 재등장”
  • “사례 9: 기록상 무력화 후 3일 생존”
  • “사례 12: 가족만 기억하는 7분”
  • “사례 18: 먼저 죽은 이름의 반복”

단휘가 작은 욕설을 삼켰다.
“몇 개나 되는 거야.”

지헌이 대답했다.
“우리가 모은 것만 열여덟. 실제는 훨씬 많겠죠.”

서진은 첫 번째 사례 장을 펼쳤다.

거기엔 짧은 증언이 적혀 있었다.

“어머니는 분명 그 시간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어요. 그런데 마을 서기관은 이미 사망 시각이 적혔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도 바로 뒤집지 못했어요. 너무 짧았으니까요. 그런데 너무 짧아서, 더 무서웠어요.”

그는 다음 장을 넘겼다.

“동생은 태어나고 두 시간 뒤 죽은 걸로 장부에 들어갔지만, 실제로는 사흘을 더 살았습니다. 우린 그 사흘을 장례 준비와 동시에 보냈어요.”

다음 장.

“형은 자기 이름을 부르는 걸 먼저 들었다고 했고, 그날 저녁 이름이 명부에서 지워졌습니다.”

서진은 읽을수록 손끝이 차가워졌다.

이건 이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7분은 패턴이고, 절차고, 폭력이다.
먼저 죽은 사람들은 실제로 존재했고, 그 뒤 남은 가족과 질문까지 이 구조는 반복해서 만들어 냈다.

유란이 조용히 말했다.
“2부는 여기서 시작되네요.”

단휘가 그녀를 봤지만, 이번엔 반박하지 않았다.

연모는 문가에 선 채 말했다.
“우리도 계속 도울 순 없어요.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이미 많이 보였으니까.”

“어디로 갈 거죠.”
서진이 물었다.

연모는 잠깐 망설이다가 답했다.
“우린 원래 질문이 남은 자리를 훑고, 아직 살아 있는 사람들한테서 그 질문을 떼어내는 일을 했어요. 그런데 이젠 반대예요. 질문이 어디서 만들어지는지 쫓는 쪽이 더 필요해졌죠.”

지헌이 말했다.
“그러니까 우린 남은 흔적들을 다른 데로 분산시킬 거예요. 누가 다 회수해 가기 전에.”

민도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판단했네.”

유란은 연모를 똑바로 보며 물었다.
“도해율은 어디까지 알고 있죠.”

연모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침묵 자체가 이미 답의 절반처럼 느껴졌다.

“그 사람은 질문을 두려워하진 않아요.”
그녀가 마침내 말했다.
“오히려 질문이 남는 걸 예상한 채 구조를 유지하는 쪽에 가까워요. 문제는… 그 질문이 어디까지 커질 수 있는지는 아직도 보고 있다는 거죠.”

“윤서한테도 그랬나요.”
서진이 물었다.

연모는 아주 조용히 대답했다.
“네. 그래서 윤서는 끝까지 그 사람을 판단하지 못했던 거예요.”

창고 안의 공기는 더 이상 숨막히게 조용하지 않았다.
대신 방향을 얻은 긴장으로 바뀌고 있었다.

먼저 죽은 사람들.
남은 질문들.
질문을 수습하던 사람들.
그리고 질문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 보는 사람.

이제 2부의 판이 분명해지기 시작했다.

유란은 자료 묶음을 정리하며 말했다.
“여기 오래 있으면 안 돼요.”

연모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수로권 안쪽에 하루 이상 머물면 길이 아니라 사람 쪽이 남기 시작하니까.”

단휘가 말했다.
“그럼 다음은.”

잠깐 정적.

그리고 이번엔 서진이 먼저 말했다.

“사례 18.”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그는 가장 아래쪽 장을 들어 보였다.

“‘먼저 죽은 이름의 반복.’”
그가 낮게 말했다.
“이걸 먼저 봐야 해요. 누가, 어떤 이름을, 왜 반복해서 먼저 죽였는지.”

유란의 눈빛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좋아요.”

단휘도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민도혁은 문밖 어둠을 보며 한숨처럼 말했다.
“그럼 이제 진짜 죽음 추적이네.”

서진은 손에 든 종이를 내려다봤다.

2부는 이제 확실히 시작되었다.
누가 먼저 죽었는지,
누가 먼저 기록되었는지,
그리고 그 사이 7분 안에 무엇이 벌어졌는지.

이제부터는 그걸 하나씩 되짚어야 한다.

그리고 그 첫 이름이 누구든,
그 끝에는 분명 윤서의 죽음과 도해율의 자리,
그리고 시계를 정한 사람들까지 이어지는 선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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